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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안전/화학 규제 정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등에 관한 법률. 돈은 누가 벌고 있는걸까?

by 하악화학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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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 때문에, 화학기업이나 화학물질을 수입하는 사업체들은

“등록”을 위한 비용을 지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1000톤 이상 유통되는 물질, 2030년까지 1톤 이상 수입되는 물질을

(신규화학물질- 국내에 유통된 이력이 없던 물질- 은 100kg이상 수입되는 물질)



등록 해야 한다.



등록은 뭘 하라는건지 잘 모를 수도 있으니, 대략 요약해 보면,

유통하고 있는 “물질의 특징을 정보화 해서 제출하는 작업” 이다. 제출해야 하는 정보는

“물리화학적 특징, 인체 독성 자료, 환경 독성 자료” 이다.

물리화학적 특징은, 밀도, 인화점, 용해도 같은 것들이고,

인체 독성 자료는, “급성 독성” 이나, “발암성” 같은 자료,

환경 독성 자료는, 물고기, 미생물등에 발생하는 독성 자료 인데,



이게 특히 인체나 환경 독성 자료가 귀하다. 인체 독성자료인데, 사람에 테스트 할 수는 없으니;

동물 실험자료를 사용 해야 한다. 물론 사람에 테스트를 못하니 동물에 실험 하자고 하면, 동물 복지가

엉망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한 번 실험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매우 신중하고 완벽하게 실험하도록 하고, 동물 개체 사용을 최소화 하게 한다. 이 말은? 데이터를 만드는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뜻이다.



덕분에 “동일한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공동 등록” 하도록 했다.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업체는 “그들과 다르다는 증빙을 하면 개별제출 할 수 있다. 단, 제출하는 자료는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 잘 만든 자료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등록 비용은 대충 어떤 항목이 있을까?



1. 시험 자료 구매 비용 (자료 접근권한서 구매)

2. 공동등록 컨소시엄 운영비 (공동등록하기 위한 개별 회사들 간의 의견을 모으고, 구매한 자료 접근 권한을 배포하는 등의 역할)

3. 법인별 개별자료 작성 (공동제출이라고 모든 서류가 동일하지는 않다)

4. 용도별 위해성 자료 작성 (용도가 많으면, 자료 작성도 여러 건)



대략 이 정도 생각하면 뭐; 비용 기준 8~90%는 커버 한다고 보면 된다.



1번의 비용은 대체로 “유럽”으로 흘러들어간다. 유럽은 화평법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동일한 컨셉으로 자료를 모아서 “EU REACH registration”이라는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물질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소유자에게 접근 권한서를 구매해서 등록 하고 있다. 한국은 화학물질 성분별 독성을

가진 회사가 거의 없으며, 있어도 유럽처럼 “검증된”자료를 들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운이 좋게, 자료접근권한서를 구매하는 것 보다, 국내에서 시험을 하는게 저렴한 경우도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자료는 유럽 자료를 구매한다. 이 절차를 “LoA(Letter of Access) purchasing”이라고 부른다.



2번 비용은 대표등록자가 지정한 “컨소시엄 운영 주체”인 컨설팅 회사가 가져간다. 컨소시엄 운영은, 각 등록 주체들과의 회의, 시험자료 구매 비용의 타당성 검증, 국내 시험자료와 견적 비교 등의 업무를 위해 필요하며,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약 1년 반 정도, 2~3명의 인건비 비용을 보면 유사하다.



3번은, 문서 작성 건수로 견적을 많이 낸다. 등록하고자 하는 법인의 개수 (수입자 또는 제조자 수)에 따라 작성 건수가 달라지므로, 단순히 생각하면, 돈 내는 입장에서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4번은, 물질의 용도가 다양한 만큼 비용이 대체로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복잡한 용도의 위해성은 작성 난이도가 있어서, 비용을 더 받으려고 한다. 물론 사실은 알고 보면, 유럽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하므로, “노하우”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긴 한다.



그렇다면, 1~4번 비용 수준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비싼 예를 들어 보자. 그런 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아니고, 가장 비싸다면 어떤 경우가 가능할 지 보자는 것이다.



가정: CMR 중 R독성(2세대) 물질, 등록 의사 있는 국내 법인 수 2, 용도 5종, 공정 중 인체 노출 가능성 높음.

R 독성은 Reproduction toxicity라고 부른다, 생식독성이라고도 부르는데,

화학물질이 직접 노출된 개체 말고, 그 개체의 자손에게 독성이 발현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부모가 흡입하고 자녀를 낳으면, 중독된 상태로 태어나거나, 태아가 사망한다.)

이 정보는, 부모 개체도 시험하지만, 자녀 개체도 시험해야 하므로,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게다가 검증까지 하려면 돈과 시간이 엄청 든다. 많이 드는 경우, 대략 시작하면 1년 정도 소요되며, 몇 억원 쯤 써야 한다.  유럽이 몇 억을 써서 확보한 자료를 한국에 싸게 넘길 리 없다. (운이 나쁘면 난관에 부딪힌다. 새로 시험하려면 1년 시간을 써야 하는 동시에 동물시험 반대 단체의 공격을 받고, 시험 자료 접근권을 사려면 유럽에 웃돈을 줘야 한다. 물론 자료를 사게 되면, 시간을 절약할 수는 있다.)

아주아주 잘 봐 줘서, 유럽의 자료를 사기로 했다고 하자. 가장 비싼 repro-Tox자료의 접근권은 대략 5억 쯤 한다. 등록하고자 하는 업체가 둘 이니까, 업체당 2.5억씩 내면 된다.



이런 고독성 물질이, R독성만 가지고 있을 리 없다. 폭발성이 있거나, 환경 독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저런 시험 자료는 위의 경우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다. 등록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합하면, 6.2억 쯤 된다. (위 5억을 빼고나면, 나머지 자료를 다 구매해도 1.2억이라는 뜻이다.) 등록을 위해서 업체당 3.1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두 업체가 등록하려고 하므로, 공동등록 컨소시엄을 운영해야 한다. 유럽에 자료 참조권 구매 견적을 요청하기도 하고, 국내 시험기관 의뢰 견적도 봐야 하고, 의견 조율도 해야 하며, 각 자료를 들여와서 환경부에 제출 했을 때 보완 가능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없으면 일정안에 등록을 완료하는 게 매우 어려워진다. 적어도 1년치 2~3인 인건비 정도가 소요 된다. 난이도가 낮았다고 가정하고, 대략 7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업체가 두 개 이므로, 3천5백만원씩 부담하는 꼴이 된다.



법인 입장에서 보면, 개별자료 작성은 단순 번역 업로드 작업이다. 이 작업을 직접 하게 되면 번역이 틀릴 확률도 높고, 공동등록하고자 하는 업체와 다른 의견이 나오는 수도 생긴다. 따라서 보통은 맡기게 되는데, 문서 작성은, 말이 문서 작성이지, 문서 번역+번역 내용을 웹페이지에 업로드 (복붙)하는 일종의 노가다 작업이다. 1000톤 이상 자료를 등록하고 복잡하지 않다는 가정하에, 대략 건당 20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온다. 이건 업체별로 각각 내는 비용이다..



용도가 5가지 라면, 위해성자료에 5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화평법 시행규칙 별지 양식 26호) 이것도 복잡하지 않다면, 대략 건당 200만원 정도의 견적을 받으려고 한다.

용도가 5가지 이므로 1천만원 되겠다. 이것도 업체별로 각각 내는 비용이다.



그럼,



한 개 업체가 들여야 하는 비용을 종합해 보자.



1. 자료참조권 3.1억 (유럽에서 구입, 시간 단축을 위해서)

2. 컨소시엄 운영비 3500만원

3. 개별제출자료 작성 200만원

4. 용도별 위해성 자료 작성 1000만원 (용도 5건)



이 물질을 등록하기 위해, 한 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3.57억원



꽤 부담스러운 돈이다. 물론 등록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없으므로, 필수 소요 자금이라고 보면 되지만, 대상 물질을 팔아서 4억을 벌지 못한다면, 등록의 수지가 맞지 않는다.

혹시나 수지가 맞지 않아서 업체 하나가 등록의사를 철회하면, 등록해야 하는 나머지 업체의 비용은 거의 두 배가 된다. 7.1억. 그렇다면 이 업체도 수지가 맞는지 검토 해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끼리 눈치를 엄청 본다.



우리끼리 눈치 보는 동안, 돈을 받게 될 대상들은 계산기 두들기기 바쁘다. 등록을 위해 2년간 뛰면서 그들이 버는 돈은



1. 유럽의 자료참조권 판매자 : 6.2억 (순수익은 국가별 세제에 따라 다르긴 하다)

2. 대표등록자의 컨설팅- 컨소시엄 운영자: 7000만원 (대체로 인건비)

3. 대표등록자의 컨설팅사 또는 자료작성 대행사: 1200만원 (개별자료 200만, 용도별 200만 * 5)



컨설팅과 자료작성 대행사가 벌어가는 돈이 대략 8200만원 인 동안,

유럽의 자료 참조권 판매한 곳은 6.2억을 벌어 간다.



등록한 업체는 -3.57억, 컨설팅 업체는 + 0.82억, 유럽 자료참조권 판매자 +6.2억.



국가 수지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금액 6.2억 (적자)



이게 무역적자로 기록되는 것도 아니고,

법이 그렇게 생겨 먹어서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유럽의 독성자료 만든 사람들 배를 불려주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매우 심각한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이므로, 저렇게 금액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는 드물긴 하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대한민국이 흑자를 보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사실 이건 기업이 자초한 일이긴 하다. 처음부터 판매하는 물질의 독성이 높다는 걸 인지하고 고객에게 알렸더라면, 이런 사태가 오지는 않았을거다.

둘째로,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 경제 수지의 밸런스를 고려하지 못한 국회의원들도 뭘 잘 했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이걸 2030년까지 해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2030년 이후, 컨소시엄 운영하는 컨설팅업체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지 고민 해 봐야 할 듯……)



오늘은 여기까지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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