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The Fixer - Fatih Birol, Türkiye

2015년 12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서명한 파리 협정은, 기후 변화 대응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실현되지 않을 뻔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에너지 분석가 Fatih Birol입니다.

 

그해 11월 13일, 파리에서 테러리스트들이 폭탄 테러와 총격으로 130명을 살해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었으며, 4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엔 기후 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2주 전이었습니다.1 결정적으로, 에너지 장관들의 고위급 회의를 불과 3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당시 터키 경제학자인 Birol은 국제에너지기구의 신임 수장으로 임명되어 장관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국가에 지구 온난화 배출량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 방식에 기후 변화의 해결 열쇠가 있다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거의 40%를 차지하는 29개국의 장관들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길 기대했습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다음 날 열릴 기후 회담에서 강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테러가 없었더라도 석탄 발전소가 거의 없는 프랑스나 석탄 의존도가 높은 터키와 같은 국가들이 에너지 배출량 감축 방안에 동의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모든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했습니다.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즉, 국가의 보안 수단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국제 대표단이 모이는 회의는 훨씬 더 강력한 보안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회의를 취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Birol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프랑스에 필요한 보안 지원을 확보했고, 끔찍한 사진이 신문 1면을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에 회의의 중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이는 Birol이 청정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IEA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얻은, 여러 주목할 만한 비하인드 스토리 중에도 외교적으로 성공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세계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Birol"은 말했습니다. "저는 IEA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끌어야 할 큰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일을 하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설립 초기에는 에너지 업계와 고위급 정치인 외에는 IEA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 기관의 주요 업무는 세계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한 달에 여러 건씩 발행하는 것입니다. IEA의 숫자 전문가들이 작성하는 기술 보고서는 대부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IEA가 이제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Birol"의 선언은 화석 연료에 찌든 조직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974년 설립 이후 40년 동안 IEA는 탄소 기반 연료, 특히 석유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탄소 기반 연료는 세계 경제와 대규모 지정학을 주도했고, 지금도 주도하고 있습니다. IEA의 역할은 석유 소비 회원국(주로 서구 경제권)이 석유 시장의 변동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²

 

2000년대 들어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화석 연료 시대에 IEA가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국제기구는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2009년 유엔은 새롭고 깨끗한 에너지원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각국의 배출량 감축을 촉구하는 글로벌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설립했습니다.

 

2014년에 IEA의 최고 직책에 출사표를 던진 "Birol"은 에너지 세계에 대한 선언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기관의 권한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가격은 IEA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값싼 배터리와 친환경 수소의 시대가 곧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IRENA의 보고서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Birol"은 전체 에너지 부문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쨌든 두 기관은 동등한 지위가 아니었습니다. IRENA는 유엔 내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회원이었습니다. 따라서 합의를 도출할 때 대중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많은 회원국 간 합의를 확보 하는 행정 업무 때문에 행동이 더 느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IEA는, 아랍 국가들에 의해 장악된 석유 시장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1970년대에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몇몇 국가들이 주도한 위기의 용광로에서 탄생했습니다. 그 이후로 에너지 안보라는 임무는 대부분의 국가의 우선 순위 목록에서 기후 변화의 10년간의 위협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IEA는 회원국 중 오래되고 강력한 에너지 부처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동시에 IRENA는 청정 에너지와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롭지만 힘이 덜 실린 부처들과도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Birol"은 또한 유엔 시스템의 한계 안에서 기회를 찾아냈습니다. 그는 유엔의 연례 기후 회의인 당사국 총회가 너무 번거로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을 봤습니다. 모든 당사국 총회 합의는 전 세계 200여 개국의 합의가 필요했습니다. IEA는, 소수이지만 강력한 회원국들을 먼저 합의에 도달하게 만들어서,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었고, 그렇게 추후 COP 회의의 절차를 조금 더 간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IEA의 사례는, 국제기구가 기후 시대에 맞게 재건할 수 있는 방법과, 21세기에 관계성을 유지하려면, 많은 기관이 왜 이러한 변화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많은 정부 간 기관들이 (에너지 전환 같은) 필요한 전환을 가속화하거나 방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수십 년 내에 넷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하지만, 국가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IEA의 설립 스토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는 서방 국가에서 값싼 석유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자동차는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면서 연비가 나빠졌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석유 수요의 약 3분의 2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아랍 회원국들이 공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는 "Oil Weapon"이라 불리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었고, 1973년 OPEC 회원국이었던 중동 국가들이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로,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금수 조치는 원래, 아랍 국가들의 지역 전쟁에 이스라엘을 지원한 국가들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서방에서는 자칫 생필품이 고갈될 위험이 생겼습니다. 이는 대중 시위와 엄청난 정치적 반발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서방 강대국들은 OPEC 회원국 간의 조율이 있어야만 이러한 무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이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공동 대응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은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1974년, IEA는 대부분 부유한 서방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존 틀 안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별도의 국제 협정에 서명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IEA의 당면 과제는 석유를 소비하는 서방 국가들이 항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화석 연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국제기구는 여러 IEA 회원국이 최대 9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석유를 국경 내에 비축하는 '전략 석유 비축량'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990년 걸프전과 같은 혼란의 시기가 불가피하게 닥쳤을 때, 석유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석유 소비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한 회원국들은 IEA에 투자한 보람을 느꼈습니다.³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IEA와 에너지 관련 정보를 보다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를 통해 회원국들이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에너지를 공급하는 연료가 어디에서 조달되는지 면밀히 평가하면서 IEA는 숫자를 다루는 역량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IEA는 이러한 고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십 년 동안 회원국을 늘리면서 데이터 수집 역량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에너지 도전 과제가 등장했고, 미래를 예측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유엔이 2009년에 IRENA를 창설한 이유는 IEA의 화석 연료 편향성을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14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우크라이나의 파이프를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공급받던 유럽 국가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4 이를 계기로 IEA의 서방 강대국들은 마침내 세계 가스 시장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전력 부문의 위협을 포함해서, 에너지 전반에 대한 인식을 변화 바탕으로 IEA의 에너지 안보 임무를 확대하는 것을 승인하게 됩니다.

 

또한 IEA 회원국들이 당시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Birol"을 승진시켜 조직의 현대화를 이끌도록 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이전 6명의 기관장이 모두 정부의 거물급 인사들이었기 때문에, 수석 경제학자를 최고의 자리로 승진시키는 결정은 마치 수학 클럽 회장을 댄스 파티 왕으로 뽑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논리는 충분히 타당했습니다.

 

전력 공학 학위와 에너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Birol"은 경력 초창기인 1989년 석유 시장 분석가로 OPEC에 입사했습니다.5 1995년 IEA에서 그를 고용했습니다. 이후 그는 각국 정부로부터 직접 확보한 독점 데이터를 사용하여 향후 수년간의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예측하는 IEA의 대표적 보고서인, 세계 에너지 전망(WEO)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두 가지 능력은, 복잡한 모델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외교관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과 문화를 넘나들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IEA의 에너지 효율 부문 책임자인 Brian Motherway는 "그는 제가 함께 일했던 사람 중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라고 말합니다. "Birol"이 상사였다고 해서 칭찬만 늘어놓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본 사람 중 "Birol" 만큼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건조하면서도 추상적인 에너지 통계 수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흰머리에 검은 눈썹을 가진 "Birol". 파리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여전히 영어에 터키어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서구의 에너지 전문가처럼 보이지도 않고, 말투도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그룹이나 클럽에 속하지 않은 자신의 태도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터키 축구 클럽 갈라타사라이에 대한 애정이나 터키 속담을 대화에 던져, 에너지에 대한 단조로운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합니다. '나는 당신의 문화를 모르지만 우리 사이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점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화법입니다. Ernest Moniz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말했듯이, "Birol"은 '경청하는 방식,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식, 도움을 얻는 방식, 동맹을 얻는 방식,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에서 매우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실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데이터의 힘이야말로 IEA의 '중추'이며, 조직이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Birol"은 말합니다. '' 터키식으로 말하면, 단순히 눈이 예뻐서 호감을 느끼는 것만이 진정한 친구 관계는 아닙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중심을 잡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숫자와 사실에 기반한 이러한 유대감은 "Birol"이 땅 속 탄소에만 관심을 두던 IEA에서, 여기저기에 퍼진 모든 곳의 탄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가장 중대한 변화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신임 IEA 총장은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 OECD 국가들의 수도를 방문하여 졸린 눈을 비비며 취임 연설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Birol"은 IEA 비회원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뉴델리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조직의 변화가 회원국 확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 그가 IEA를 맡았을 당시 IEA를 감독하는 29개 회원국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38%를 차지했습니다. 3대 에너지 사용국 중 중국과 인도 두 나라는 빠져 있었습니다.

 

"Birol"이 베이징에서 첫 청중 앞에서 '진정한 국제 에너지 기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이 기구에는 31개의 기존 회원국이 있고 4개국이 정회원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협회 회원국 11개국은 회비를 훨씬 적게 내고 있어서, 정식 회원국과 같은 의결권을 갖지는 못하지만 IEA 회의에 참여하고 데이터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6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배출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국가를 IEA의 우산 아래 두게 됨에 따라 "Birol"은 이제 전 세계 에너지의 80% 이상을 소비하는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irol"은 IEA가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회원국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 학계 및 민간 부문과 긴밀히 협력하여, 지식을 보유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곳으로 지식을 전달합니다. Motherway는 '우리는 각 부처의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고 하며 이 말에 동의합니다.

 

수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19년 6월, IEA는 수소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통해 1년 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수소가 마침내 '청정 에너지 솔루션으로서 오랜 잠재력을 실현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선언하고 각국 정부에 '지금 당장 야심차고 실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각국 정부는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부양책을 고려하기 시작했고, IEA에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EU는 2030년까지 1,40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수소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수소 전략을 발표했고,7 독일은 90억 유로의 수소 기금을 발표했으며,8 조 바이든의 기후 계획은 화석 연료로 만든 수소보다 더 저렴한 '무탄소 수소'를 요구했습니다.9

 

물론 이 모든 것이 IEA의 특별 보고서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기관의 입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수소 관련 작업을 주도한 IEA의 에너지 기술 정책 책임자 Timur Gul은 처음에 기술 보고서에서 제시된 아이디어가 어떻게 의사 결정권자에게 전달되고 때로는 정부 정책으로 전환되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수소 보고서가 발간된 2019년, "Birol"은 인도에서 전력부 장관 Raj Kumar Singh을 만나고 있었는데, 대화 주제가 수소로 바뀌었습니다. "Birol"이 Singh에게 간략한 개요를 설명한 후, 그는 뉴델리 공항에서 Gul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며칠 만에 Gul은 휴가를 취소하고 인도로 날아가 Singh과 한 시간 동안 수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신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거대 경제국의 에너지 장관과 직접 긴 시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매우 값진 것입니다. 한 가지가 다른 것으로 이어져 정책이 만들어지거나 보조금을 발표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Motherway는 IEA가 전 세계 정부 부처와 나누는 대화가 몇 달 또는 몇 년 후 규제나 보조금과 같은 확실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또한 IEA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고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국가들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 정부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IEA의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양자 간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 기금은 명시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덴마크 기후, 에너지 및 유틸리티 부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덴마크에는 Velux(창문), Danfoss(냉난방), Rockwool(단열재) 등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 솔루션 제공업체도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 간 파트너십을 통해 덴마크 산업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개발도상국은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보통은 수입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에 대한 IEA의 중점 사업은 덴마크가 자금을 지원한 프로그램보다 더 광범위합니다. 에너지 절약 의무화는 IEA의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에너지 효율성이란 같은 활동을 할 때 예전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연료원을 찾는 것입니다. Motherway에 따르면 IEA의 가장 최근 성공 사례는 효율적인 냉방입니다.

 

냉방은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세계가 점점 더 따뜻해지고 부유해지면서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사례로, 2050년까지 냉방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현재 수요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10 "이는 정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라고 Motherway가 말합니다.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는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가장 큰 관심은 석탄 중심의 전력망을 갖춘 중국과 인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EA의 연구에 따르면 전력 효율이 높은 에어컨을 사용하면, 예상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더 효율적인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라고 Motherway는 말합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책적인 문제였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IEA의 연구 결과 인도와 중국은 국가 냉방 실행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IEA는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여 두 거대 국가가 얻은 교훈을 이 지역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Birol"은 분석가 집단(대부분 박사 학위 보유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어느 국가든 방문해서 에너지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인력을 청정 에너지 문제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IEA에서 "Birol"의 부대표를 지낸 후 미국 에너지부에서 2인자 역할을 맡게 된 David Turk는 "개인적으로 IEA가 정말 괜찮은 위치에 있다고 느낍니다."라고 말합니다. 유엔에서 매우 중요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실물 중심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Turk는 UN이 고전하는 동안 IEA는 성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유엔 기후 프로세스의 가장 큰 옹호자조차도 협상 과정을 다루기 어렵다는 데 동의합니다. 파리 이후 다섯 번째 연례 회의인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파리 협정의 모든 당사국은 5년마다 더 야심찬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1년 연기된 2021년 11월 첫째 주에 예정된 글래스고 총회를 앞두고 각국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상회의가 시작될 무렵에는 세계 10대 경제대국 모두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고, 마지막 보류국이었던 인도도 동참했습니다.11

 

2주간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각국은 온난화를 2°C 이하로 유지하려는 파리 목표와 3°C 이상으로 온난화되는 세계 추세 사이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는 새 협정문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글래스고 협정의 최종 문안에는 각국이 화석 연료 보조금과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Alok Sharma COP 의장이 의사봉을 내려놓고 회의를 종료하기 직전에 중국과 인도가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두 나라는 '단계적 퇴출'을 '단계적 감축'으로 바꾸기를 원했고, 미국도 이를 지지했습니다.12 사소하고 사소한 표현 변경 때문에 10페이지가 넘는 문안 채택 과정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온실가스 배출국(세계 경제 규모 1, 2, 6위 국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그 요청을 수용하는 새로운 문안을 작성하여 다시 표결에 부쳤습니다. 많은 작은 섬나라들이 큰 나라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경향에 항의했지만, 결국 글래스고 협정의 나머지 부분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변경에 동의했습니다. 영국 정부 장관인 Sharma는 막판 개입이 다자간 프로세스의 결을 거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14

 

이런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일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그 이유는 1992년 회원국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할 때 합의한 규칙에 따라 회의가 운영되는데, 이 규칙에는 투표 규칙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15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COP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은 다수 또는 초다수가 승리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같은 편이거나 적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하는 합의 방식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COP 회의가 이런 난관에 봉착한 이유는 UNFCCC가 처음 투표 규칙을 제안했을 때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투표 규칙 채택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화석 연료 대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기후 목표 채택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투표 규칙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합의 도출 과정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UNFCCC도 '합의'를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창설 당시를 포함해 과거에도 그랬듯이,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결의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는 협약의 의장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모든 국가가 내린 결정은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합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프로세스는 느리고 결과는 야심 찬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IEA는 COP가 하는 일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와 정책에 대한 작업을 통해 프로세스를 더 빠르게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회원국은 적지만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EA가 회원국들의 동의를 먼저 얻는다면 COP 회의에서 합의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해소됩니다.

 

"Birol" 체제 하에서 IEA는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많은 공로는 IEA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IEA의 주요 보고서인 World Energy Outlook(WEO) 보고서입니다. 이 연례 보고서는 기관의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정교한 모델링과 결합하여 향후 수십 년 동안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합니다. 에너지 인프라가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전망의 발표에 따라 민간 및 공공 부문 모두에서 수십억 달러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다른 조직이 WEO를 뒷받침할 수 있는 종류의 모델링 역량을 개발했지만, 아무도 동일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고 독립적인 정부 간 조직으로서 IEA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16

 

투자 관리 회사 Sarasin & Partners의 스튜어드십 책임자인 Natasha Landell-Mills는 '다자간 기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너지에 관한 고위급 정부 보고서에서 WEO나 기타 IEA 데이터를 인용하지 않는 것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재생 에너지 전문가들은 2010년대 몇 년 동안 태양광 발전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넋 놓고 보고만 있었으며, WEO는 매년 실제 재생 에너지 채택 속도의 예측에 실패했습니다.17 10년 전 미국의 '프래킹 붐(Fracking Boom, 셰일가스 개발)' 때도 비슷하게 예측을 실패했습니다. 일부 문제는 예측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IEA와 다른 모델 연구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 지속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친환경 기술의 가격 하락 속도는 가장 낙관적인 분석가들조차 놀랄 정도입니다. 특히 해마다 새로운 WEO가 발표되는 시기에 IEA가 이러한 기술에 대해 내린 잘못된 예측은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에 IEA가 얼마나 잘못된 예측을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태양광 배치 등에 대한 이전 WEO 예측을 도표로 만들어 보여줍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IEA는 적응 속도가 느렸습니다. 화석 연료 사용 증가가 재앙 수준의 기후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해진 지 약 20년이 지난 2009년에야 IEA는 화석 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위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이 되어서야 IEA는 온난화를 2°C 미만으로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이는 그해 말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승인된 다소 느슨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Glasgow에서 열린 COP26 회의를 불과 몇 달 앞둔 2021년에야 IEA는 전 세계가 넷제로 배출을 달성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를 1.5°C 이하로 유지하려면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C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IEA가 세상이 요구하는 만큼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Birol"의 상사가 투자자이거나 기후 단체가 아니고, 급격한 에너지 전환으로 잃을 것이 많은 풍요로운 국가의 장관들이기 때문입니다. "Birol" 같은 유능한 외교가도 아닌, 31명이나 되는 보스가 모두 같은 부류라면 하룻밤 사이에 기후 변화에 대한 IEA의 입장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컨설팅 회사나 싱크탱크의 다른 애널리스트들과는 달리 "Birol"은 지정학적 외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그는 강력한 주군과 영향력 있는 청중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IEA의 핵심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원국들은 특정 프로젝트에 수백만 유로를 지불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자금은 IEA의 지속과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가 핵심 업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에너지 세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Birol"이 메시지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의 발언은 에너지 관련 언론의 헤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 발언은 곧바로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특히 Donald Trump 대통령의 집권으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IEA의 최대 자금 지원국인 미국은 트럼프 정부 하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전 행정부가 시행했던 많은 배출량 감축 정책을 뒤집었습니다.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많은 IEA 회원국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은 아니었습니다. "Birol"과 그의 팀은 Joe Biden이 취임 한 2021 년까지 기다려야했고 직후 국가 넷 제로 배출을 2050 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후에야 IEA는 이러한 미래가 에너지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첫 번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IEA의 모델링에 따르면 세계가 온난화를 1.5°C 이하로 유지하려면 화석 연료를 추출하기 위한 새로운 인프라 개발을 중단해야 합니다. 즉, 앞으로는 새로운 석탄, 석유, 가스전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기후 운동가들이 과거 화석 연료의 동맹국이었던 국가의 지원을 받아 스스로 무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18 그래야 바이든 대통령이 알래스카의 Willow 석유 프로젝트를 승인했을 때와 같이 석유 및 가스 회사나 정부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마다 녹색 단체들이 기후 과학자뿐 아니라 에너지 세계 최고의 분석 그룹을 총동원하여 그러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19

 

IEA는 청정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회원국 확대(모두 정회원은 아니지만)를 통해 진정한 국제 정부 간 기구라는 주장이 사실처럼 들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IEA는 여전히 수렁에 빠진 유엔 기구를 보완하기에는 여전히 빈약합니다. 불안정한 화석 연료, 기후 영향, 불균등한 에너지 전환에 맞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IEA의 임무는 기후 자본주의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IEA는 직원 수가 수백 명에 불과하고 연간 핵심 예산이 2천만 유로(약 22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산업과 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는 그 규모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Birol"은 기관의 설립 초기 목적보다 훨씬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만큼, IEA가 일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Birol"은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후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과 에너지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점점 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 반대 운동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때 "Greenpeace"와 같은 단체가 반대하고 Breakthrough Institute와 같은 소규모 단체가 찬성하는 등의 환경운동가들 사이의 논쟁은 이제 전면적인 문화 전쟁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극단적인 사례는 탄소 포집 기술의 사용인데, IEA와 같은 단체는 이를 지지하는 반면 350.org와 같은 단체는 화석 연료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Birol"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견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이는 2019년에 시작되어 2023년까지 지속되는 IEA 수장으로서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세 번째 임기는 성과에 따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국제 외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기술자 출신으로 채워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에너지 장관직을 맡기 전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던 Moniz 전 장관은 아마도 "Birol"과 가장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Moniz는 IEA가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더 많은 에너지 기후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경제국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혼란에 대비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과거에 회사를 창업한 멘토와 새로운 인재를 지원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만나는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IEA는 각국이 기후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다른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국가가 동시에 에너지 시스템 정비를 시작하고 수십 년 내에 이 작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이는 어느 한 국가나 소수의 국가가 단독으로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세계가 더 야심찬 기후 목표에 동참할수록 IEA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목표는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면서도 동시에 탄소 배출량은 더 빠르게 줄여야만 달성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각 국가는 더 복잡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IEA와 같은 기관의 조언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입니다. "Birol"에게 자신이 남기고 싶은 유산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는 '기후 변화와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접근이라는 금세기의 가장 큰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Birol"의 일이 더 쉬워진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친환경 기술의 끊임없는 개발 덕분입니다. 정부 자금이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를 확장하는 것은 민간 자본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 관료들과 거래하는 "Birol"이 세계에서 최고의 부호 중 한 명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바로 Bill Gate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