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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기타/그냥 잡담 등등

1. Framework

by 하악화학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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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을 파괴하는 것보다 구하는 것이 더 저렴해 졌습니다*.

*인류가 지구에서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 위 문장은 항상 진리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근간에서 벗어나지 않은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한다고 해도 위 명제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깨달은 것은 2016년이었습니다. Donald Trump가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기후 변화 대응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청정 석탄' 기술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당시 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에, 별의 탄생부터 원자의 조작에 이르기까지 과학 분야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희 편집자는 저에게 "청정 석탄"이 기사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필자가 알게 된 사실은, Trump가, 채굴 후 어떻게든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석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말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석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가둬서 묻어둘 수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이라는 기술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필자는 이미 공기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끌어내리는 기술이 있다는 스타트업을 발견했고, 그 기술은 기후 변화를 늦추는 것뿐만 아니라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정치적 주장을 펼치기 위해 만든, 잘못된 마케팅 슬로건에 대한 기사 한 편으로 시작한 취재가, 기후 기술의 혁신에 대한 1년짜리 취재로 번졌습니다.1

그 때 작성한 일련의 기사를 통해 기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재생 에너지부터 친환경 시멘트, 실험실에서 키운 식품 고기류, 전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치인, 은행가, 기술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후 운동가들과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변화가 일어났지만 세상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탄소 배출량 감축 요구는 인류의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진행이 더뎠지만, 결국 자리를 잡았고, 우리는 해결책에 집중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신념은 분명해졌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법안(인플레 감소법이라는 이름으로)을 통과시켰고, EU는 그린 딜을 법으로 제정했으며, 인도와 중국은 모든 주요 경제국과 함께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시대 정의 움직임은, 전 세계가 한 세기에 한 번 일어날까 싶은 팬데믹 기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문제와 경제적 충격에 대처하는 와중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기존의 자본주의 아래에서 이런 상황이 어떻게 일어났을까요?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구축된 '약탈적 경제 시스템'은 이윤을 극대화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부유층에게 부를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자는 자본주의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지구를 위기에 빠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무절제한 자본주의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공유재인 대기를 오염시키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마음대로 오염을 배출하는 것은 특권으로 봐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것은 역사상 가장 큰 실패라고들 합니다.²

그러나 자본주의를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Noam Chomski조차도, 짧은 시간 안에 환경에 더 나은 시스템으로 변경하여, 전 세계에 솔루션을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다든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 안에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우리가 말하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상 불가할 정도로 낮다고 합니다.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C가 아닌 2°C로 상승한다면 세계 경제가 100조 달러 수준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4 보다 야심차게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CO₂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합니다.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80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농업 시스템을 재고하며,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재창조하는 데 30년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5

대기 중 온실가스 과잉에 일말 책임이 있는, 무절제한 자본주의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유일고도 현실적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 책은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 작업이 어떻게 벌써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만 년 전 아프리카의 어딘가에서 얘기를 시작해 봅시다. 그곳에서 새롭게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전 세계로 서서히 퍼져나갔습니다.6 인류는 독창성을 바탕으로 식량을 재배하고 불을 조절하며 나무와 돌에서 청동과 철에 이르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작은 부족으로 수천 명에 불과했던 전 인류는 18세기에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까지 대규모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수억 명의 문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전환점을 그 뒤에 맞이했습니다. 화석 연료를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값싸고 풍부하며 안정적인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인구수는 10배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10,000년의 시간축(타임라인)에서 인구 증가 곡선은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는, 아이스하키 스틱 모양을 보입니다. 화석 연료는 우리에게 단순히 에너지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습니다. 석탄은 기차와 전기 터빈에 동력을 공급하여 현대성을 가져왔습니다. 석유는 자동차, 비행기, 로켓에 연료를 공급하여 세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천연가스는 수십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비료가 되었고, 예전에는 척박했던 곳을 대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200여 년간 식민주의로 인해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체로 불공평하게 발전했습니다. 필자는 1987년 뭄바이 인근의 작은 도시 나시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직후 인도와 중국이 세계 무역에 경제를 개방했습니다. 자본주의와 화석 연료가 선진국들을 발전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가장 인구가 많은 두 국가의 성장을 촉진하고 수억 명의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조상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이동성을 경험했습니다.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필자의 할아버지는 평생 공장에서 의류 염색 일을 하셨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인도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1985년 필자의 아버지가 사업차 유럽으로 출장을 가신다고 했을 때, 20여명의 대가족이 아버지의 출국 장면을 보기 위해 6시간 걸려서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공항에서 화환을 목에 걸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 계셨던 아버지의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 부모님은 가족을 위한 집을 짓고, 저와 제 동생이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전 세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하키 스틱 모양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 수준이었던 시기는 해수면이 25미터나 높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아직 진화하지 않았던 80만 년 전이었습니다.7 인간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부유하게 살 수 있게 해준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이 지구 생명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 불안정을 가져왔습니다. 현재와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구 전체에서 사람이 살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부터 2022년 북반구 여름에 발생한 중국과 파키스탄의 대홍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목격하고 있는 기후 영향의 잔혹함은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를 오래전 부터 해 왔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역사를 짧게 살펴보면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120여 년 전 대기 중의 특정 기체가 지구를 덮어 태양열을 가두고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실 효과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었습니다.8 1960년대에는 화석 연료의 연소 증가와 기후 변화 이론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그 영향력을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발생하더라도 수십 년은 지나야 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환경문제라고 하면, 물과 대기오염으로만 집중했던 시기 였습니다.

1970년대의 석유 파동은, 인류가 끊임없이 수입하는 지저분한 화석 연료의 사용에 얼마나 중독되어 있는지를 처음으로 알려주는 계기였습니다. 그 사태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에너지를 조금 덜 소비하면서 동일한 활동을 수행하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연료 소비를 절약하는 자동차, 전기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단열 성능이 향상된 건물을 같은 것들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세대의 과학자와 기업가들이 대체 에너지원을 찾도록 자극해서, 미국인들은 태양열 발전과 리튬 이온 배터리, 덴마크인들은 풍력 발전, 프랑스인들은 원자력 발전 등, 기후 변화를 늦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들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후휘기를 대응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서방 석유 소비국과 중동 석유 생산국 간의 지정학적 실랑이를 거치면서 1980년대에 화석 연료에 접근성이 다시 확보되자 효율성 프로그램이나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졌습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기는 , 추운 북유럽 국가에 사는 일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온난화에 손 쓰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유익하다'는 내용이, 사실은 그 국가들에 더 파괴적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견해가 굳어지기 시작한지 10년쯤 되는 시기였습니다.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와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보와 같은 글로벌 리더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9

필자가 어렸을 때인 1990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과학자들이 기후 과학 실태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10 별도의 절차를 통해 150개 이상의 국가가 화석 연료 연소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에 동의했습니다. 강력한 과학적 근거와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고려할 때, 탄소 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노력이 1990년대에 시작했어야 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청정 에너지원 개발이 화석 연료 산업의 이익에 부합했던 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에 이어진 석유 공급 과잉은 생산자들에게 현상 유지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엑손과 쉘 등 미국과 유럽의 석유 회사 집단은 허위 정보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 기후 과학에 대한 의심을 조장하고 불가피한 규제를 지연시켰습니다.11

이 캠페인은 특히 현재에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 큰 영향력이 있습니다. 화석 연료의 이해관계가 양대 정당 중 하나의 정치 메커니즘을 장악했고, 그 이후 그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미국의 지지 부족으로 대부분의 기후 관련 국제 회의는,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채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토 의정서를 예로 들어봅시다. 1997년 80여 개국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협정에 서명했습니다.12 그러나 같은 해 미국 상원은 찬성 95표, 반대 1표로 미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한 사항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13 물론, 미국의 참여 없는 2005년 의정서는 세계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습니다.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배출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세계화가 진행되었고,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중국의 성장은 화석 연료, 특히 석탄에 의존했습니다. 중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10년 만에 3배로 증가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은, 20세기 내내 미국이 사용한 양만큼의 시멘트를 3년에 사용했습니다.14 시멘트는 인간이 대규모로 생산하는 제품 중, 단위 배출량이 가장 많은 제품 중 하나로, 연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거의 8%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지난 30년간 중국과 인도가 화석 연료 사용국으로 떠오르면서,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의 절반 정도가 발생했습니다*.

* 현재 중국과 인도는 각각 연간 최대 배출국과 3위 배출국이지만, 누적배출량 타이틀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온난화가 증가함에 따라 기후 영향도 더욱 심해졌습니다. 2015년에는 이러한 절박함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연합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수년간의 협상 끝에 195개국이 파리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 협정에는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합의를 도출해서, 1.5°C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었습니다.15

파리 기후 협약은 자발적인 배출량 감축 약정이지만, 재앙 수준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최초의 글로벌 조약이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 시장은 이를 결국 이러한 약속이 국가적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금융계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십 년간의 투자가 있었던 덕분에,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친환경 기술 사용이 저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트럼프는 미국을 협정에서 탈퇴시키고 자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었던 많은 국내 규제를 번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행동에 나선 세력을 제압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후 행동의 시급성이 트럼프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고, 독일 녹색당이 역대 가장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호주의 기후 후발주자인 스콧 모리슨 총리가 축출되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많은 국가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며 친환경 활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이 공격으로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입을 대폭 줄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가격이 급등했고, 각국은 온실가스 영향에 관계없이, 가능한 모든 것을 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는 분산된 청정 에너지 자원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것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16

결정적으로, 기후 위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아직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선거 현장이나 길거리,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에 거리에서 시위를 시작했던 젊은이들이 팬데믹 봉쇄령이 끝난 후 다시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본가들도 침묵의 대가와 행동의 기회를 모두 알게 됐습니다. 민간 자본이 재배치되고 있으며, 전체 투자 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5조 달러 이상의 자산이 글로벌 환경, 사회, 거버넌스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영향력이 꽤나 드러나고 있습니다.17

파리 협정이 체결되기 전, 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 4°C 이상 상승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부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되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주해야 하며, 지난 200년 동안 이룬 발전을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리협정 이후 세계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제 3°C 상승이며, 현재의 넷제로 공약이 달성된다면 2°C 이하로 온난화를 유지한다는 다소 느슨한 목표까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하는 한, 전 세계는 극심한 기후로 인해 인명과 생계 수단을 잃는 일이 계속될 것입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해서 기후 행동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짓을 해서도 안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고, 이러한 해결책을 확장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더 많이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 '기후 자본주의'는 세계의 주도적인 경제 시스템 내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발전의 바퀴가 멈추거나 최악의 경우 역전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나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우리가 어떤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세대의 삶도 개선될 수 있도록 도구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프레임워크"는 돈, 권력, 정치에 의해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기술, 정책, 사람이라는 세 가지 주요 행위자에 의존합니다. 각 장에서는 성공 사례를 통해 경제, 안보, 복지라는 글로벌 우선순위를 진전시키면서 기후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보았습니다.

2장과 3장에서, 중국이 어떻게 독특한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이용해 세계 최대의 전기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와 구매자가 되었는지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거의 모든 친환경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 수행 방식에 대한 통찰을 소개합니다. 4장에서는 현재 중국보다 인구가 더 많지만 개발 역사는 훨씬 뒤처져 있는 인도를 살펴봅니다. 인도의 태양광 발전 성공 사례는, 이전의 모든 주요 경제 대국들과 달리, 민주주의가 엉망이고 거버넌스가 취약한 개발도상국 마저도 화석 연료 시대를 뛰어넘고 대규모 청정 에너지 건설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도가 보여준 교훈은,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를 도입해야 하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가능할까요? 5장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같은 국제기구가 이러한 필수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역할들을 살펴봅니다.

6장과 7장에서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보유한 미국을 살펴봅니다. 기후 기술에 대한 최대 민간 자금 지원자 중 한 명이자 미국의 최대 기후 법안 통과에 결정적인 로비 활동을 펼친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통해 민간 자본과 정부 규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그런 다음 미국 정부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은 중요한 기술이 왜 실패했는지, 그리고 필요한 기술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비즈니스 방식을 개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부 산업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석유 및 가스 회사의 변화입니다. 8장과 9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시도를 살펴보고 정부 정책이 기업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률 및 테두리도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10장에서는 좋은 기후 법률을 만드는 방법과 그것이 국가와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법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11장에서는 기업 주주들이 어떻게 자신의 힘을 이용해 기업이 변화하도록 만드는지 그 사례를 살펴볼 것입니다.

 

인류는 과거에 큰 에너지 전환을 겪었습니다. 목재에서 석탄으로의 전환은 최초의 산업혁명을 가져왔습니다. 20세기 초 석탄에서 석유로의 전환은 두 번째 산업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전 세계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세 번째 주요 전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다가오는 변화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 문명을 재편할 것입니다. 이 책은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경쟁으로 정의될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을 재구성하려면 우리가 사는 방식, 여행하는 방식, 먹고 입는 것 등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입니다. 즉, 우리의 생존 방식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정부 정책과 민간 자본이 결합하여 기술을 확장하고 마침내 올바른 방향으로 배출량 감소 곡선을 만들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세계가 화석 연료에서 멀어지면서 그 영향이 탄소 추출을 담당하는 기업에만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운송, 유틸리티, 난방, 냉방, 화학, 농업 등 세계 경제의 모든 부문이 청정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재정비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아이디어 시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에 직면한 세상에서는 경쟁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성공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열정적인 자본가들은 기후 행동이 경제를 재편하려는 정부의 개입을 초래해 시장을 망가뜨릴까 봐 두려워합니다. 물론 그게 막연한 두려움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가 자본주의를 탄생시켰을 때와 현재가 다른 점이라면, 현재 인류는 처음으로 향후 수십 년 동안 경제의 주요 부분인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계획은 수십 년에 걸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하는 계획이며,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일련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야 하지만, 정부는 경쟁을 없애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 책 '기후 자본주의'는 우리가 오랫동안 기후 위기를 무시했기 때문에 이미 너무 늦었다는 식의 주장을 반박하는 해독제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행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닙니다. 파리 협정에서 설정한 임의의 온난화 임계값과 상관없이, 과학은 온난화를 조금이라도 피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합니다. 또한 기후 목표를 달성하면,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로 인한 비용과 비교해서, 수십 조 달러 정도 더 적은 비용이 들게 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범한 개인들과 강력하게 존재하는 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해결책에 대비해서, 허황된 얘기로 혼란을 야기하는 해결책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구분하는 능력이 커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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