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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안전/화학 물질 상식

Life Cycle Assessment approach. 종량제 봉투(HDPE), 종이 가방. 진짜 친환경은 어디 숨어 있을까? (2022 LCA)

by 하악화학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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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꾸 눈에 밟히는 "이마트 부직포 가방"

알비백이야 비싸니까 사람들이 잘 내 놓지만, "부직포백 없으면 새 부직포백에 담아드림" 이라는 컨셉 때문에

 

자꾸 거슬렸던 것 같다. 그렇게 부직포가방들은 재활용 분리 배출되어 나가고 있더라.

(재활용 부가가치를 올리는 재질은 아니라서,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분리배출하는게 나을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럴거면, 차라리 종이 봉투에 넣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직포 가방은, HDPE bag - 비닐 봉투 - 와 비교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재활용도 잘 안되고, 연료성도 높지 않다.)

 

그래서,

 

여러 시야에서 마트 쇼핑때에는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를 생각 해 보다가,

흔히아는 비닐봉투(HDPE bag)과, 종이가방의 탄소배출 + 재활용 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음.

 

1) 탄소배출량

2) 폐기물/재활용 처리 과정,

3)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

 

순서로 나열.

 

1. 탄소 배출

세상에 이렇게 어려운 동네는 없다. 제조 공정들이 탄소 배출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시작한게 불과 10년이 안 됐고, 그나마 국내 대기업도 "뭉뚱그려서 계산" 하는 바람에, 정확한 정보는 없다.

 

그래서, 다른 LCA (Life Cycle Assessment)데이터를 참고하였다. (DB는 영국만 완성도가 있어서, 영국에 맞는 배출량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큰 나라는 아니어서, 비교 했을 때 영향을 줄 항목이 많지 않다.)

 

(1) HDPE 가방 (봉투)

우리가 흔히 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재질이다. 우리는 지자체마다 다른 봉투를 사용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전국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가 그렇게 많지 않고, 그나마도 공정과 재료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공공 자재가 늘 그렇듯, 원가 경쟁이 치열해서 - 지자체간 가격 눈치도 심하다.

 

대략 20L 크기의 HDPE 종량제 봉투는 17~20g 정도의 무게이다.

DB자료에 17g을 넣고, 영국 내 평균 Electricity, Transportation, Incineration 을 반영했더니 2.082 kg CO2 eq. 가 나온다.

(국가별 차이는 있겠지만, 상대 비교용이므로 패스)

재밌는건, 영국에는 "HDPE bag 재사용 평균" 정보도 있다. 재사용률이 대략 40.2% 정도 된다고 하면, 실제로 HDPE bag 하나가 배출하는 kg CO2 eq. 는 1.578 정도가 된다.

계산 상, 현재처럼 40.2% 재사용하고, 재활용 분리를 완벽하게 한다면, 1.4 kg CO2 eq. 까지 떨어진다. 

 

겐또를 살짝 때려 보면,

HDPE bag 을

"reuse"를 하면, 최초 0.3 kg CO2 eq. 가 사라진다. 근데 바로

"Recycle"을 하면, 최초 0.178 kg CO2 eq.를 줄이게 된다. 이 말은, "재사용 1회가 재활용 대비 거의 1.7배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겐또이므로 실 데이터와 다를 수 있다.)

 

(2) 종이 가방

다른 동네에 가게 되면,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 어쩔 수 없이 종이가방을 사서 쓰는 경우가 있다.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20L 짜리 종이가방 무게를 봤더니, 대략 55g 정도 된다.

DB 자료에 55g을 넣고, 마찬가지로 전체를 반영했더니, 5.523 kg CO2 eq.가 나온다. HDPE의 2.6배 정도 된다.

근데,

"종이가방 재사용 평균"을 보니, "약 4회" 라고 나온다. 우리도 쇼핑백 모아뒀다가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4회 평균 사용한다고 하면, 종이가방 하나의 배출 평균량은 1.381 kg CO2 eq. 이다. (매우 놀라운 결과이다.)

4회 재사용을 하고, 재활용을 해서 다시 종이가방으로 돌아온다면, 최초 사용 시 배출 평균량은 1.090 kg CO2 eq.

 

세세한 비교는 마지막에,

 

2. 재활용/폐기물 처리 과정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재활용 공정 문제가 조금 숨어 있다고 해야 겠다. 우리는 분리배출 수거율이 높은 나라이기는 하다.

다만, 재활용 사업이 충분히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는, 생산자 부담제(EPR)의 "유약한" 시장 형성 때문이다. 그래서 재활용 업자들은, 돈 되는 물건 아니면 어쨌든 재폐기하는게 이득인지라 - 재활용 가능성이 있지만 폐기되는 플라스틱/종이들도 꽤 있다.

 

(1) HDPE bag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제외한, 모든 HDPE bag a.k.a 비닐봉투는 모두 "비닐"로 모여서 분리 배출된다. 이 말은, 다른 재질과 함께 모인다는 뜻이다. 재활용 분리 시설이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 있어도 - 봉투 같은 가벼운 물질을 빠르게 처리할 기술은 아직 없다. 기술을 도입할 만한 자금이 있는 사업체들도 아니다. 이 말은, 비닐로 분리된 녀석들은 대부분

"소각을 위한 연료"를 만들기 위해 보낸다는 뜻이다. 흔히 얘기하는 SRF가 그것이다. 약간의 열과 압력을 줘서, 펠렛 형태의 연료로 만들어서 이동시키고, 저렴한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서 태워 버린다. 그러면 그 물질의 여행은 거기서 종료.

 

종량제 봉투는 어떻게 될까? 여러 쓰레기를 담고, 둘 중 하나로 간다고 보면 된다.

1. 소각장

종량제 봉투이기 때문에, 소각에 문제가 있는 재질은 아니다. 흔히들 오해하는, 플라스틱 태우면 나온다는 다이옥신도 HDPE에선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태울 수 있는 물질을 태워서 에너지로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 그렇다면, 종량제 봉투 재질의 여행은 여기서 종료된다.

2. 매립장

여기는 더 말 할 거리가 없다. 놓고, 눌러서 매립하고, 흙 덮고 끝. 물론 그 안의 다른 문제들 (예를 들어 쓰레기 침출수 유출 가능성 등 - 요즘은 침출수 유출 처리를 잘 해서, 매립지에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주장들을 한다.)은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그래서, 국내에서, 우리가 이미 사용한 HDPE bag이 재활용되어 우리 생활에 들어올 확률은 거의 없다.

(딱딱한 HDPE는 재활용을 어느 정도 이상 하고 있긴 하다. 가격이 너무 낮아서 탈이긴 하지만;;)

재활용 HDPE 40%혼합으로 만드는 종량제 봉투

** 덧 **

재활용 HDPE 40% 혼합된 종량제 봉투가 서울시에서 시작 됐다. 알아야 할 것은, 이 봉투에 포함된 HDPE는 "비닐봉투"였던 적이 없다. 대부분 "말통" 이나 "물통" 출신(?)들이다. 그렇다고 이게 잘못된 건 아니다. 말통을 봉투로 재탄생/사용 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다.

**    **

 

(2) 종이가방

종이 분리배출을 할 때, 수거해 가시는 분들이 종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골판지"류 이다. kraft라고 하던데, 이런 계열의 재질은 재활용 하는 시설이나 경로가 꽤 잘 잡혀 있어서 - "xx자원" 운영하시는 분들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폐지 줍는 분들의 이유가 이런 곳에 있다.)

 

재활용을 위한 종이는 대략 4분류를 먼저 해 놓는데, 

1 폐골판지 (종이 가방의 재질은 이 항목에 해당 되지만, 여기에 저 종이가방이 포함되는지는 아직 잘;;)

2. 폐신문지

3. 백지 (일부 서적류 등 단순 인쇄지)

4. 기타 (종이팩류, 기타 다층 구조 종이, 코팅/복합 인쇄지 등)

 

사실 "기타"는 현재의 재활용 공정에 투입해 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가 되므로 또다른 폐기 과정으로 가야 한다. 폐골판지나 폐신문지는, 각각 원래의 용도로 돌아갈 수 있다. 백지는? 아마 화장지 정도는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이렇게 보면, 종이 가방이 골판지 재활용 경로를 탄다고 가정했을 때, "쉽게 재활용 할 수 있는 재질"이다.

 

3.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

 

무엇을 할 지 가기 전에, 한 번 다시 정리하면,

1) HDPE bag은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
   다만, 국내 재활용 산업이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최대한 재사용 하는게 좋지만, 비닐봉투는 2회 이상 사용하기 곤란한 물성이므로, 충분히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

 

2) 종이 가방은, 초기 탄소배출량이 HDPE Bag에 비해 높지만, 평균 "재사용률"이 높아서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기 나쁘지 않다. 게다가 "재활용 흐름"도 어느 이상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 재사용 횟수를 반복할수록 탄소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쟈~~ 여기 까지 읽느라 수고하셨-

뭘 하면 좋을까?

 

1. 가능하면, 또는 이미 있는 자원이라면, 다시 쓰자. 재사용이 가진 힘은 엄청나다. 봉투나 종이는, 재사용을 5~6회만 하면 - 탄소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2. 가능하면 "다시 쓸 생각"을 해 보자. 부직포 가방으로 원가 절감하는 것 보다, 딱딱한 상자 (종이든 HDPE든)로 배송하는 게 훨씬 낫다. 어떤 상자든, 딱딱한 것을 재활용하는 게, 재활용 공정에 투입하기 유리하다.

 

3. 인쇄를 줄이자. 종이든, 비닐이든, 인쇄가 많으면 재활용 품질은 그만큼 떨어진다. 과한 인쇄는 또다른 "정처없는 쓰레기"를 생산하게 된다.

 

4. 대기업의 "배송편의를 위한 포장"은 가급적 배제하자. 알비백은 "냉동 냉장"이고, 재사용 횟수가 많아서 큰 문제는 없다. 실온배송의 "부직포" 가방은 사실 "필요 없다"고 봐도 된다. 저런 "편의성 포장"을 보면, 가급적 피하자.

 

5. 뭐라도 개선하려고 하는 사람/기업에게 "응원과 질책"을 같이 보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질책"만 보내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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